안녕하세요. 영양상담실에서 상담을 하다 보면 환자분들의 가방 속에서 줄줄이 나오는 각종 건강기능식품들을 보며 가슴이 철렁할 때가 많습니다. "선생님, 몸이 너무 기운이 없어서 누가 좋다는 홍삼이랑 즙을 좀 먹고 있는데 괜찮겠죠?"라는 질문을 들으면 저는 단호하게 "당장 멈추셔야 합니다"라고 말씀드립니다. 일반인에게는 몸을 보하는 '보약'이 신부전 환자에게는 필터(신장)를 망가뜨리는 '모래알'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신장은 우리가 먹는 모든 약 성분과 영양제의 찌꺼기를 걸러내는 곳입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신장에 검증되지 않은 농축액을 들이붓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죠.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할지가 아니라, 무엇을 '절대로 먹지 말아야 할지'에 대해 임상영양사의 양심을 걸고 아주 상세히 짚어드리겠습니다.
농축액의 함정, 홍삼과 각종 즙이 신부전에 치명적인 이유
환자분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시는 부분이 바로 '천연 성분'이나 '한방 추출물'은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입니다. 특히 홍삼, 인삼, 산삼 등 사포닌 성분이 강한 보조식품은 혈압을 높이고 신장 내 압력을 가중할 수 있습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농축 즙'입니다. 양파즙, 배즙, 사과즙, 포도즙 같은 과채 농축액은 신부전 환자가 가장 경계해야 할 '칼륨 폭탄'입니다. 채소를 삶아 먹으며 눈물겹게 칼륨을 제한하다가도, 몸에 좋다는 생각에 마신 양파즙 한 포가 하루치 칼륨 허용량을 순식간에 넘겨버리곤 합니다. 저는 상담 시 "즙(Juice)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것은 아예 쳐다보지도 마세요"라고 신신당부합니다.
뿐만 아니라 가공된 건강식품에는 보존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인산염(무기 인)이 첨가되기도 합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배웠듯이 무기 인은 흡수율이 100%에 가까워 혈액 속 인 수치를 급격히 올리고 가려움증과 뼈 질환을 유발합니다. "남들은 이거 먹고 병이 나았다더라"는 소문에 흔들리지 마세요. 그 '남들'은 신장이 건강한 사람들입니다. 신부전 환자의 식단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아무리 비싼 약재라도 내 신장이 걸러내지 못하면 그것은 독소일 뿐입니다.
또한 '노니'나 '상황버섯' 등 최근 유행하는 항암 식품들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식품들은 대사 과정에서 간과 신장에 큰 무리를 주는 독성을 포함하고 있는 경우가 많으며, 실제로 임상에서는 이런 보조식품 섭취 후 급격히 신장 수치가 악화되어 응급 투석을 받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건강해지려는 선한 의지가 최악의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여러분의 신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검증된 병원 처방약과 정성껏 준비한 자연식 식단뿐입니다.
비타민의 두 얼굴, 먹어야 할 것과 피해야 할 것의 명확한 구분
그렇다면 영양제는 아예 먹으면 안 되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선택'이 매우 정교해야 합니다. 신부전 환자에게 가장 위험한 비타민은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가장 흔히 먹는 '비타민 C'입니다. 고용량의 비타민 C는 체내에서 대사되면서 '옥살산(Oxalate)'이라는 물질을 만드는데, 신장 기능이 떨어진 분들은 이 옥살산이 배출되지 못하고 신장에 쌓여 결석을 만들거나 신장 세포를 직접 손상시킬 수 있습니다. 하루 1,000mg 이상의 메가도스 요법은 신부전 환자에게는 절대 금물입니다.
또한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A, D, E, K 역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들은 체내에 축적되는 성질이 있어 배설 능력이 떨어진 신부전 환자에게는 과잉 독성을 유발하기 쉽습니다. 특히 비타민 A의 과잉 섭취는 가려움증과 골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반면, 수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B군은 단백질 제한 식단으로 인해 결핍되기 쉬우므로 적절한 보충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판되는 종합비타민에는 신부전 환자에게 독이 되는 칼륨이나 인, 비타민 A 등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반드시 병원에서 처방하는 '신부전 전용 비타민'을 드셔야 합니다.
최근 각광받는 오메가-3의 경우 혈행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원료의 순도와 추출 방식에 따라 인 함량이 다를 수 있습니다. 저는 환자분들에게 "오메가-3를 드시고 싶다면 반드시 담당 교수님께 제품 성분표를 보여드리고 확인을 받으세요"라고 권합니다. 신부전 식단은 0.1mg의 성분 차이에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정밀한 영역입니다. 스스로 판단하여 임의로 영양제를 구매하는 것은 도박과 같습니다. 전문가의 가이드를 따르는 것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지름길입니다.
영양제보다 강력한 최고의 보약, 균형 잡힌 칼로리 섭취의 힘
환자분들이 자꾸 영양제를 찾는 근본적인 이유는 '기운이 없어서'입니다. 하지만 신부전 환자가 기운이 없는 이유는 영양제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단백질을 제한하다 보니 전체적인 '칼로리'가 부족해졌기 때문인 경우가 90% 이상입니다. 제가 상담실에서 드리는 최고의 처방은 비싼 영양제가 아니라 '사탕 한 알'과 '기름 넉넉히 두른 요리'입니다. 단백질을 줄인 만큼 탄수화물과 지방으로 에너지를 충분히 보충해 주면, 우리 몸은 굳이 근육을 태우지 않아도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건강기능식품에 큰돈을 쓰기보다, 그 돈으로 최고급 올리브유를 사고 가장 신선한 식재료를 사는 데 투자하세요. 신선한 계란 흰자를 사고, 전처리하기 좋은 연한 채소를 사는 것이 어떤 산삼보다 여러분의 신장을 기쁘게 합니다. 저는 환자분들께 "영양제 한 알을 삼키는 안도감보다, 직접 만든 저염 소스에 고기 한 점을 찍어 먹는 즐거움을 찾으세요"라고 격려합니다. 마음의 즐거움과 충분한 에너지는 그 어떤 인공적인 알약도 대신할 수 없는 신장의 보약입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복용 중인 모든 건강기능식품 목록을 적어서 정기 검진 때 반드시 의료진에게 공유하세요. 의사와 영양사는 여러분을 혼내려는 사람이 아니라, 여러분이 잘못된 정보로 인해 소중한 신장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조력자입니다. "이건 괜찮겠지"라는 방심이 수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투명하게 소통하고 과학적으로 실천하는 자세가 신부전이라는 긴 터널을 무사히 통과하는 열쇠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신부전 환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피로감과 빈혈'을 다스리는 영양학적 대처법에 대해 상세히 다뤄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