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가렵고 뼈가 쑤신다면? 만성신부전 환자가 반드시 알아야 할 '인' 수치의 비밀

안녕하세요. 영양상담실에서 환자분들을 뵙다 보면, 혈액 검사 결과지를 받아 들고 유독 의아해하시는 수치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인(P)'입니다. "선생님, 저는 고기도 잘 안 먹고 채소도 데쳐 먹는데 왜 자꾸 몸이 가렵고 인 수치가 높게 나올까요?"라며 답답해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밤잠을 설칠 정도로 전신 가려움증에 시달리거나, 계단을 오를 때마다 뼈가 마디마디 쑤신다고 호소하시기도 하죠. 인은 우리 몸의 뼈를 구성하고 에너지를 만드는 고마운 영양소지만, 신장이 이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면 칼슘을 갉아먹는 '뼈 도둑'으로 돌변합니다. 오늘은 여러분의 피부를 괴롭히는 가려움의 실체와 뼈 건강을 위협하는 인 수치를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다스릴 수 있는지, 그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영양사의 시각에서 상세히 풀어보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침입자, 가공식품 속 '무기 인'의 치명적인 흡수율

인을 관리할 때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핵심은 바로 '흡수율'의 차이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 속의 인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존재합니다. 하나는 육류나 곡류에 든 '유기 인'이고, 다른 하나는 가공식품에 첨가제로 들어가는 '무기 인'입니다. 일반적인 자연식품 속의 인은 우리 몸에 들어왔을 때 약 40~60% 정도만 흡수됩니다. 식물성 식품의 경우 식이섬유와 결합해 있어 흡수율이 더 낮기도 하죠. 하지만 문제입니다. 햄, 소시지, 라면, 탄산음료,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마시는 믹스커피 등에 든 '인산염' 형태의 무기 인은 흡수율이 거의 100%에 육박합니다. 입에 닿는 순간 혈액 속으로 그대로 쏟아져 들어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는 상담실에서 환자분들에게 "자연 식품 한 접시보다 콜라 한 잔, 소시지 한 개가 인 수치에는 훨씬 더 치명적입니다"라고 거듭 강조합니다. 가공식품의 뒷면 성분표를 유심히 살펴보세요. 산도조절제, 유화제라는 이름 뒤에 숨어있는 인 성분들은 신장 기능이 떨어진 분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독약과 같습니다. 특히 많은 분이 놓치시는 것이 바로 '외식 메뉴'입니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의 감칠맛과 보존성을 높이기 위해 사용되는 수많은 첨가물에는 다량의 인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 수치가 유독 조절되지 않는다면 내가 평소 무심코 마시는 음료수나 간편식에 범인이 숨어있지는 않은지 반드시 점검해봐야 합니다.

또한, '유제품'에 대한 경각심도 필요합니다. 우유, 치즈, 요거트는 칼슘의 왕으로 알려져 있지만, 신부전 환자에게는 인의 왕이기도 합니다. 건강을 위해 매일 우유 한 잔을 챙겨 드시는 습관이 오히려 인 수치를 올리고 뼈를 약하게 만드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저는 우유 대신 인 함량이 낮은 두유(이 또한 성분 확인 필수)나 특수 영양식을 권장합니다. 인 관리는 단순히 '적게 먹는 것'을 넘어, 내 몸이 얼마나 이 영양소를 받아들이는지를 이해하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흡수율 100%의 무기 인을 차단하는 것, 그것이 인 관리의 첫 번째 골든벨입니다.

마지막으로 인 수치가 높으면 발생하는 '가려움증'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 수치가 높으면 우리 몸은 이를 배출하기 위해 부갑상선 호르몬을 과도하게 분비하고, 이 과정에서 칼슘과 인이 결합한 결정체가 피부 아래 쌓이게 됩니다. 이것이 참기 힘든 가려움의 원인입니다. 연고를 발라도 해결되지 않던 가려움증이 식단 조절을 통해 인 수치가 떨어지면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경우를 저는 수없이 보았습니다. 가려움은 당신의 신장이 보내는 간절한 신호입니다. 그 신호를 무시하지 말고 오늘부터 당장 가공식품과의 거리를 두기 시작하세요.

뼈를 갉아먹는 칼슘-인의 불균형, '뼈 도둑'으로부터 내 몸 지키기

인이 무서운 진짜 이유는 우리 몸의 뼈를 약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혈액 속에 인이 많아지면 우리 몸은 평형을 맞추기 위해 뼈 속에 있는 칼슘을 뽑아내 혈액으로 보냅니다. 결과적으로 혈액 속에는 칼슘과 인이 넘쳐나 혈관을 딱딱하게 굳게 만드는 '혈관 석회화'를 일으키고, 정작 뼈는 텅텅 비어버리는 골다공증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신성 골이양증(Renal Osteodystrophy)입니다. "선생님, 저는 뼈가 아파서 칼슘제를 더 먹어야겠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시지만, 인 수치가 조절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칼슘제 섭취는 오히려 혈관만 더 굳게 만들 뿐입니다.

저는 상담 시 환자분들에게 '인의 결합'을 방해하는 기술을 알려드립니다. 바로 '인 결합제'의 올바른 복용법입니다. 병원에서 처방받는 인 결합제는 식사 직후나 식사 도중에 복용해야 합니다. 우리가 먹은 음식 속의 인이 장에서 흡수되기 전에 약 성분이 이를 꽉 붙잡아 대변으로 나가게 도와주기 때문입니다. 가끔 약 먹는 것을 잊었다가 식후 한참 뒤에 드시거나 건너뛰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는 약의 효과를 반감시키는 안타까운 행동입니다. 인 관리는 '음식'과 '약'이 톱니바퀴처럼 함께 돌아가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약을 드실 때는 "이 약이 내 식탁의 인을 잡아주는 파수꾼이다"라는 마음으로 챙겨 드시길 바랍니다.

또한 조리법을 통해서도 인을 줄일 수 있습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칼륨을 빼기 위해 채소를 데치는 법을 알려드렸는데, 육류나 생선 역시 뜨거운 물에 한 번 데쳐내면 수용성인 인 성분이 일부 빠져나갑니다. 특히 곰탕이나 설렁탕처럼 뼈를 푹 고은 국물에는 인 성분이 어마어마하게 녹아있습니다. 신부전 환자에게 보양식으로 뼈 국물을 대접하는 것은 사실 신장을 더욱 힘들게 하는 일입니다. 보양을 하고 싶으시다면 국물보다는 삶은 살코기 위주로, 인 결합제와 함께 드시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입니다. 뼈 건강은 한순간에 무너지지 않지만, 한 번 무너지면 회복이 매우 어렵습니다. 오늘 먹는 한 끼의 선택이 10년 뒤 여러분의 걸음걸이를 결정합니다.

저는 환자분들에게 종종 '인의 역설'을 설명합니다. 우리가 가장 건강하다고 믿는 현미, 콩, 잡곡, 견과류는 인의 함량이 매우 높습니다. 일반인에게는 슈퍼푸드지만, 신부전 환자에게는 관리가 필요한 대상입니다. 그래서 저는 과감하게 흰쌀밥을 권합니다. 잡곡밥의 영양소보다 흰쌀밥의 안전함이 신부전 단계에서는 더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정보들은 기존의 상식과 반대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분들이 혼란스러워하시기도 하지만, 임상 데이터는 명확하게 말해줍니다. 내 몸의 상태에 맞는 '맞춤형 영양'만이 진정한 건강을 보장합니다.

신부전 인 수치 조절 팁


지속 가능한 인 관리를 위한 생활 수칙과 영양사의 조언

마지막으로 인 관리는 단기간의 수치 조절이 아니라 평생의 습관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 수치가 잠시 안정되었다고 해서 다시 가공식품을 즐기거나 약 복용을 소홀히 하면, 우리 몸은 금세 다시 가려움과 통증으로 보답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생활 속 실천법은 '식품 라벨 읽기 습관'입니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인산염', '산도조절제'라는 글자가 보인다면 일단 내려놓으세요. 그리고 가급적 원재료의 형태가 그대로 살아있는 식재료를 선택하세요. 가공된 소스 대신 집에서 직접 간을 한 소스를 사용하는 작은 변화가 인 수치를 획기적으로 낮춥니다.

또한 정기적인 혈액 검사를 통해 자신의 '칼슘-인 곱' 수치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인 수치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칼슘 수치와의 균형을 확인해야 내 혈관과 뼈가 안전한지 알 수 있습니다. 저는 환자분들에게 본인의 수치를 수첩에 기록하며 변화 추이를 살피라고 권합니다. 내 몸의 수치가 변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면 식단 관리의 동기부여가 확실해집니다. "오늘은 수치가 좋으니 나에게 계란 흰자 요리를 상으로 줘야지" 같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투병의 스트레스를 줄여줍니다.

글을 마치며, 가려움과 통증으로 힘들어하시는 모든 신부전 환우분께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인 관리는 참 어렵고 까다로운 과정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오늘 포기한 믹스커피 한 잔, 소시지 한 조각이 여러분의 혈관을 깨끗하게 하고 뼈를 단단하게 지켜주고 있습니다. 영양상담실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혼자 고민하지 마시고, 전문가와 상의하며 여러분만의 안전한 식단을 만들어가세요. 여러분의 식탁이 더 이상 고통의 자리가 아닌, 치유의 자리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음 시간에는 신부전 환자에게 또 다른 숙제인 '수분 조절'과 갈증을 달래는 영리한 방법들에 대해 심도 있게 다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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